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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스토리텔링’ 활용한 중국의 신화
작성일 2010년 04월 26일, 관리자 조회수 2,551회
서유기, 홍루몽 등에서 모티프 차용해 / 2010년 04월 26일(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최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브랜드 스토리텔링, 웹 뮤지엄 스토리텔링 등 분야별로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스토리텔링이란 한마디로 ‘이야기’를 말한다.

흥미 있는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나 상품, 광고, 겜 등을 전개해나가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 문화산업이 발전하면서 각 분야별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는 일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신화를 들여다보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24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정재서 이화여대 중문학과 교수는 “대다수의 중국 소설이 신화적 모티프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작업을 통해 쓰여졌다”고 말했다.

기괴한 식인동물이 악한 괴물로 변모

동방삭(東方朔, 기원전 153~93)이 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신이경(神異經)을 예로 들 수 있다. 동방삭은 산둥(山東) 사람으로 한무제(漢武帝) 때 기행과 해학, 점술 등으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후세에 세성(歲星)의 화신, 신선 등으로 전설화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신이경은 중국신화집 산해경(山海經)의 영감을 강하게 받은 환상적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신이경은 각지의 신과 이방인, 이상한 사물, 신비한 지역 등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산해경의 구성과 서술 내용을 패러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산해경에서 궁기(窮寄)는 식인동물로 묘사된다.
다시 서쪽으로 260 리를 가면 규산이라는 곳이다. 산 위에 어떤 짐승이 사는데 생김새가 소 같고 고슴도치 털이 나 있다. 이름을 궁기라고하며 소리는 개 짖는 것 같고 사람을 잡아먹는다. 궁기는 생김새가 호랑이 같은데 날개가 있다. 사람을 잡아먹는데 머리부터 시작하며, 잡아먹히는 것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다.

그러나 신이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변모한다.
서북쪽에 있는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호랑이와 비슷하고, 날개로 날 수 있어, 사람을 채뜨려 잡아먹는다. 사람의 말을 알아들어서 싸우는 소리를 듣고는 번번이 정직한 사람을 잡아먹는다. 어떤 사람이 성실하다는 말을 들으면 그의 코를 베어 먹고, 흉악하고 그릇되다는 말을 들으면 항상 짐승을 잡아 선물로 바친다. 이름을 궁기라고 하며 여러 새나 짐승도 잡아먹는다.

신이경에서 궁기의 생김새는 산해경의 서차사경(西次四經)과 해내북경(海內北經)에서 묘사된 것을 그대로 취했다. 그러나 식이경에서 궁기는 식인동물이기는 하되 엉뚱한 괴물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을 벌주고, 흉악하고 그릇된 사람을 상주는 가치가 전도된 괴물로 변모했다.

애절한 견우직녀 이야기, 효도 이야기로 변모

간보(干寶, ? ~ ?)의 수신기(搜神記)는 기괴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 지괴(志怪)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설화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간보는 중국 동진(東晋) 시기의 문인으로 당시 신비주의자였던 갈홍(葛洪), 곽박(郭璞) 등과 친하게 사귀었을 뿐 아니라 자신도 귀신, 요괴, 변신, 환생, 이상한 사물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각지의 이야기들을 수집해 수신기를 지었다고 한다.

수신기에는 신화에서 유래했거나 신화를 각색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동영(董永) 이야기는 견우(牽牛)직녀(織女) 신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견우직녀 신화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시경(詩經)에 있는데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하늘의 은하수 굽이굽이, 희미한 빛내며 흘러가네. 저 직녀를 바라보니 종일토록 베틀에 일곱 번 앉고 지네. 일곱 번 앉고 져도 무늬고운 비단 짜지지 않고, 저 견우를 바라보니 수레를 끌지 않네.

그러나 수신기에서 다음과 같이 거듭난다.
한나라의 동영은 천승(千乘) 사람이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힘써 농사를 지었고, 작은 수레에 아버지를 모시고 다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를 지낼 능력이 없어서 제 몸을 종으로 팔아 장사를 치렀다. 주인이 그가 착함을 알고, 돈 일만 전(錢)을 보내주었다.

동영은 3년 상이 끝나자 주인에게 돌아가 종살이를 하려고 하였다. 주인집으로 가는 도중에 한 여인을 만났는데 “그대의 아내가 되고자 합니다”라고 하여 마침내 함께 살게 되었다. 주인이 동영에게 말하기를 “돈을 너에게 그냥 주겠다”고 하였으나, 동영은 “주인님의 은혜를 입어 아버님 장례를 잘 치렀습니다. 제가 비록 보잘 것 없는 인간이나 반드시 부지런히 일해서 두터운 은혜에 보답하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주인이 말하기를 “부인은 무슨 일을 잘 하는가?”하여, 동영이 말하기를 “베짜기를 잘 합니다”라고 하였다. 주인이 말하기를 “정말 그렇다면 그대 부인이 나를 위해 비단 백 필을 짜주면 좋겠구나”라고 하였다. 그러나 동영의 아내는 주인집을 위해 비단을 짰는데 열흘 만에 일을 끝냈다.

그녀가 문을 나서며 동영에게 일러 가로되 “나는 하늘의 직녀이다. 그대의 효성이 지극함으로 인해 천자께서 나로 하여금 그대를 도와 빚을 갚도록 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말이 끝나자 하늘로 솟구쳐 갔는데 어디로 간지를 몰랐다.

시경에서 애뜻하기만 했던 견우직녀 신화가 수신기에서는 이렇게 변모했다. 천상에 있던 직녀가 동영의 효성에 감복해 지상에 내려와 그의 아내가 되어 빚을 갚아준다는 이야기다. 분위기 자체가 엄숙하고 교훈적이다.

서유기의 골격, 서왕모 신화에서 가져와

서양 판타지(fantasy)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반지의 제왕’보다도 수백 년이 앞선 동양의 판타지 ‘서유기(西遊記)’는 중국 명(明)나라 때 문인 오승은(吳承恩, 1500~1582)의 작품이다. 서유기 역시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신화인 ‘목천자전(穆天子傳)’에 모험적인 여정 이야기가 나온다. 주목왕(周穆王)이 여덟 필의 준마가 이끄는 수레를 타고 서쪽으로 여행한 끝에 곤륜산(崑崙山)에 이르러 서왕모(西王母)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서유기의 작자인 오승은은 (목천자전에서 볼 수 있는) 서방 곤륜산에 대한 중국 전통의 낙원의식과 불교 전래 이후 형성된 서방 정토(淨土)에 대한 종교적 열망을 결합해 ‘서유기’라는 모험담을 엮어냈다.

조설근(曺雪芹)의 홍루몽(紅樓夢) 역시 애정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작과 결말을 창조의 여신 여와의 신화 모티프에서 가져왔다.

정재서 교수는 서양 소설이 신화 ⟶ 서사시 ⟶ 로망스 ⟶ 근대소설의 경로를 거쳤다면, 중국 소설은 서사시의 단계가 없이 신화 ⟶ 지괴(기괴한 이야기) ⟶ 전기 ⟶ 백화(白話)소설로 변천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소설의 결정판인 장회(章回)소설에 이르러 신화는 구조적, 형식적인 면에서 폭넓게 활용돼 홍루몽, 봉신연의(封神演義) 등의 장편 대작으로 이어졌다며, 최근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신화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4.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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