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자료실

정책자료실입니다.

본 게시판은 전라남도인재개발원의 정책자료실 게시판입니다.

정책자료실 게시판의 "피곤한 고객과 단순한 마케팅" 게시물의 내용입니다.
제목 피곤한 고객과 단순한 마케팅
작성일 2010년 07월 28일, 관리자 조회수 1,965회
Weekly 포커스 / LG Business Insight 김재문 연구위원 / 2010 7 28

현대 사회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소비의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또 소비의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복잡함이다. 매일 수많은 신상품이 쏟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물건을 사면 사용법이 복잡해서 종종 애를 먹곤 한다. 음식점에 가면 여러 종류의 할인과 포인트에 머리가 아프다. 이러저러한 복잡함에 고객은 피곤한데 마케팅은 점 더 복잡해진다. 그런데, 과연 복잡한 마케팅은 효과가 있을까?

마케팅이 복잡해지는 이유는 고객의 요구나 반응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경쟁의 결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경쟁사가 제품 구색을 다양하게 하면, 우리 회사도 신제품을 추가하기 마련이다. 경쟁사를 따돌리려고 이런저런 판촉 행사를 기획하기도 한다. 이런 움직임은 겉으로는 고객을 위한 것이지만, 따지고 보면 경쟁 구조(Competitive Dynamics)에서 나온 것이다. 물론 기업간의 경쟁은 궁극적으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경쟁 자체가 실제적인 목적이 되면서 고객의 니즈와 선호는 무시될 수도 있다.

다양한 혹은 복잡한 마케팅이 고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기업에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마케팅의 4가지 수단인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 차원에서 짚어본다.

선택의 피곤함과 단순한 제품 구색

최근 미국 유통업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업태는 회원제 할인점이다. 코스트코의 지난 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3%의 증가세를 보였다. 경쟁 업체인 샘즈클럽과 BJ홀세일의 성적도 나쁘지 않다. 회원제 할인점들의 호황에 대한 설명으로, 지난 몇 년간의 불황이 회원제 할인점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불황기의 고객들은 점포 방문당 지출을 줄이게 되고 이는 대량 포장 단위로 판매하는 회원제 할인점에 불리한 조건이 된다. 또, 회원제 할인점들은 중상급 이상의 제품을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가격이 주요한 구매 포인트가 될 때 월마트나 K마트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회원제 할인점이 선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객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회원제 할인점은 제품 구색이 제한되어 있다. 미국의 경우 일반 슈퍼마켓에 가서 토마토 케첩을 찾으면 수십 종이 넘는 제품들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그러나 회원제 할인점에는 두 세가지 브랜드 밖에 없다. 고객은 별 고민 없이 물건을 살 수 있다.

복잡한 세상에서 고객이 바라는 것은 또 다른 고민 거리가 아니라 시원한 해결책이다.

경쟁사의 움직임이나 기존 관행으로부터 눈을 돌려, 고객 입장에서 고객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그것을 단순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독특한 맛이나 유기농 재료 같은 것을 따지는 소비자들은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또, 생활 필수품 쇼핑도 하나의 즐거운 행위로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빈약한 구색이 못마땅하다. 그러나,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에 피곤해진 소비자들 중에는 머리 아프지 않고 고를 수 있는 무난한 상품을 원하는 소비자들도 많다.

한편, 기업 측면에서 보면, 회원제 할인점은 브랜드 숫자를 제한함으로써 브랜드당 납품 물량을 늘리고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또, 효율적으로 재고 관리를 할 수 있어 상품의 주문과 보관 등에 필요한 부대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이번에는 업태를 바꿔서 백화점을 보자.

미국의 경우 성과가 좋은 백화점인 Sachs Fifth Ave나 Nordstrom은 제품 구색이 단순하다. 반면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Macy나 JC Penny는 이익률이 낮다. 이익률을 높이려고 새로운 상품들을 도입하면서 구색은 더 복잡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단순한 제품 구색과 역량의 집중

유통 업체 뿐만 아니라 제조 업체 관점에서도 구색 단순함의 이점은 확연히 드러난다. 90년대 후반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이라는 경영 기법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는 낮은 비용으로 구색의 다양함을 극대화하는 기법이었다.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의 대명사였던 패션 시계 스와치의 CEO Hayek는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을 자동차에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스마트(Smart)’를 만들었다. 그러나 스마트를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 하는 것은 실패하고 브랜드는 벤츠로 넘어가게 되었다. 스와치 시계의 지위도 과거에 비해서 위축되었다.

포드의 모델 T나 폭스바겐 비틀(Beetle)과 같이 하나의 디자인으로 대다수의 고객을 만족시키겠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단순한 구색으로 승부하는 대표적 기업은 지금 모든 기업의 부러움을 사고 있는 애플이다.

애플의 제품 구색은 매우 단순하다. 신제품인 아이패드나 아이폰은 말할 것도 없고, 오랜 기간 동안 사업을 해온 아이팟이나 맥북 같은 제품도 매출 규모에 비해 구색은 단순하다.
그러나, 다른 브랜드의 제품을 보면 비슷비슷한 모양인데도 세부 사양은 조금씩 달라서 고
객이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단순한 구색은 고객의 혼란을 없애주면서, 동시에 제조업체가 적은 수의 모델에 역량을 집중 함으로써 개별 모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한다. 단
순한 구색의 이점은 음식점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름난 맛집은 메뉴가 단순하
다. 장사가 안되는 음식점에는 한 달에 한번 찾을지도 모르는 메뉴까지 총망라되어 있는
경우도 흔하다.

고객층의 변화와 제품 기능의 단순화

제품의 기능이 복잡하다는 점도 많은 고객을 힘들게 한다. 제품들이 차별화를 위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다보니 복잡함은 날로 더해간다. 제품 기획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분신과 같은 제품이다보니 하나하나의 기능이 소중하게 생각될 수 있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는 날마다 사용하는 복잡한 제품들 중의 하나일 뿐 이다.

시장을 보면 다양한 기능을 가진 휴대폰이나 수많은 옵션을 장착한 차량이 잘 팔리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보면서 다양한 기능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복잡한 기능을 가진 제품이 선택되는 것은 본질적인 니즈 때문이 아니라, 이런 기능들이 신분을 상징하는 액세서리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재미있는 장난감처럼 생각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 시장 상황은 복잡한 마케팅에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장 변화의 단초는 저성장과 중년 소비자다. 글로벌 성장이 둔화되고, 특히 선진국의 저성장이 확실시되면서 불필요한 기능을 최소화한 실질적 가치가 높은 제품이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다양한 기능을 선호하는 세분 시장은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시장의 무게중심은 기능보다는 실속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품의 스마트화에 따라 소프트웨어로 여러 기능을 구현하게 되면서, 기본적인 하드웨어는 단순화되고, 다양한 기능을 원하는 소비자들은 소프트웨어를 통해 커스터마이징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제품 구색의 복잡함과 마찬가지로 제품 기능의 복잡함은 많은 소비자들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중년층 이상의 소비자들이 느끼는 고통은 더하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것에 대한 수용력은 떨어지고, 복잡함에 대한 역치(Threshold)도 낮아져 서 조금만 기능이 추가돼도 복잡하다고 생각하고 피곤해하게 된다.

한편, 매킨지(McKinsey & Co.)의 연구에 의하면 미국에서 중년층의 핵심을 형성하고 있는 베이비 부머(Baby Boomer) 세대는 이전 중노년층에 비해 훨씬 더 가치 지향적인 소비 행태를 보이고 있다. 또, 이들은 30-40대에 비해 디자인이나 스타일보다 기능과 가격을 더 중요시하는 실속 위주 구매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경기의 변동성이 커지고 앞으로 살아갈 여명(餘命)이 점점 길어지면서 중년층 이상은 소비에 보다 신중해졌다. 이런 성향 변화는 단순하면서 실속 있는 제품에 대한 선호로 이어진다.

판매 촉진 활동의 단순화

회원제 할인점을 즐겨 찾는 고객들은 각종 판촉 행사가 적다는 점을 만족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판촉 행사가 없으면 신경 쓸 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격 할인, 끼워 팔기 등의 판촉행사는 한편으로 즐겁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은 행사를 일일이 챙겨야 하기에 피곤하다. 또, 자신이 평소에 구입하는 브랜드가 판촉 대상이 아닌 경우, 판촉 제품을 살 것인지 평소 선호하던 제품을 구입할 것인지 갈등하게 된다.

한편, 얼마 전에 구입했던 제품이 대대적인 판촉 행사에 들어간다면 이미 구입한 사람에게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판매 촉진 활동의 효과에 대한 논란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많은 연구들을 종합해보면, 판촉은 분명 단기적인 효과는 있지만, 브랜드 가치의 훼손, 나중에 필요한 것을 미리 구매함에 따른 미래 매출 감소 등의 장기적 부작용은 명백하다. 반면, 경쟁 상황에서 단기적 매출의 감소는 경쟁 포지션을 약화시킬 수도 있기에 마케팅 현장에서는 판촉은 필요악처럼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데, 특정 브랜드가 판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객들이 명확히 인식하게 되면, 판촉을 실행하지 않음에 따른 단기적 매출 감소 등 부정적 효과는 적어진다. 특히,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경우 이 같은 부정적 효과는 더욱 감소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판촉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을 형성하기도 한다.

판촉을 줄이면 기업 입장에서도 직접적판촉 비용이 줄어드는 효과 외에도 의사 결정이 단순해지고 관리 비용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채널 단순화로 가격 혼란 최소화

기업은 매출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유통 채널을 다양화하고, 채널의 숫자도 늘리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유통 채널의 증가는 단기적으로 매출 제고의 효과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관리 코스트가 늘어남으로써 전반적인 코스트 경쟁력을 약화시킨다. 미래에 예상되는 저성장 경제에서 코스트 절감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코스트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산 코스트를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 마케팅, 판매 코스트는 생산 코스트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단순한 제품 구색은 고객의 혼란을 줄이면서 개별 모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게 한다. 설계 변경, 라인 최적화 등의 노력을 하더라도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적은 수의 채널은 고객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다.

경쟁사에 비해 생산 코스트를 크게 줄이기는 매우 어렵다. 그런데, 잘 파는 채널은 비슷한 규모의 경쟁 채널에 비해 몇 배의 매출을 올린다. 즉, 판매 코스트는 몇 분의 일로도 줄일 수 있다.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적은 수의 채널은 고객의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채널단순화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다. 채널이 많아지면 접근성이 높아져 고객의 편의성은 높아진다는 게 상식이다. 또, 채널간 경쟁으로 가격이 낮아진다는 것도 고객에게 좋은 점이 다. 그러나, 채널이 많아지면 고객의 고민이 늘어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많은 채널을 검색해야 하고, 가격 조정이 가능한 경우 여러 채널과 협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런 번거로움을 겪더라도 싼 가격에 구매한 고객은 만족도가 높지만, 나름 찾아본다고 했음에도 결과적으로 비싸게 구입한 고객의 불만은 클 수밖에 없다.

단순한 마케팅의 실행 포인트

단순한 마케팅이 복잡한 마케팅에 대한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마케팅의 복잡성이 날로 심해가고 있는 지금, 단순한 마케팅은 마케팅 활동의 최적점을 찾아주는 균형 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단순한 마케팅은 어떤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까.

첫째, 경쟁 중심의 마케팅 활동을 고객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물론 경쟁을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경쟁은 가지로, 고객은 줄기로 생각하는 프레임웍이 필요하다.

둘째, 마케터를 포함한 기업의 임직원은 제품에 대한 스스로의 관여도를 조정해야 한다. 고객은 일부 고관여 제품을 제외하면 특정회사 제품에 그리 많은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마케터도 이 같은 고객의 생각에 스스로를 튜닝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고객과 눈 높이를 맞춰야 한다.

셋째, 자사 제품에 대한 단순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를 찾아야 한다. 흔히, 제품 개발자나 마케터들에게 제품은 자식과 같다고도 한다. 부모라면 누구나 자기 자식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예능도 잘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한다. 이런 생각을 갖게 되면 자녀 교육이 복잡해진다. 반면, 남의 자식에 대해서는 재능도 없으면서 이것저것 하지 말고 하나라도 제대로 하라는 식의 충고를 쉽게 한다. 마케팅에서도 마찬가지다. 자사 제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또, 단순함과 평범함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단순함은 차별적 소구 포인트를 확실하게 드러나 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다.

복잡한 세상에서 고객이 바라는 것은 또 다른 고민 거리가 아니라 시원한 해결책이다.
경쟁사의 움직임이나 기존 관행으로부터 눈을 돌려, 고객 입장에서 고객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고, 그것을 단순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책자료실 게시판의 "피곤한 고객과 단순한 마케팅" 게시물의 이전/다음 게시물 연결입니다.
다음글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
이전글 미래의 에너지보고 ‘해양에너지’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