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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00여년 지난 연꽃 씨앗에서 꽃 피어 - 이한음
작성일 2010년 07월 14일, 관리자 조회수 2,215회
오래된 씨앗의 부활 - 2010년 07월 14일(수)

지난주 기사를 보니, 경남 함안군 성산산성(사적 67호)에서 발견된 연꽃 씨앗이 700여년만에 꽃을 피웠다고 한다. 이 씨앗은 작년에 가야문화재연구소가 연못 퇴적층을 발굴하던 중 발견된 것이다. 10개가 발견되었는데,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해보니 약 700년 전 고려시대의 것이었다.

함안 박물관에서 씨앗을 물에 담갔더니 싹이 텄고, 그 뒤로 잘 자란 끝에 약 1년이 지나서 이윽고 꽃을 피웠다. 박물관은 이 식물에 아라홍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함안군이 옛 아라가야가 있던 곳이기 때문이다. 아라홍련은 지금의 여러 연꽃으로 분화되기 이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연꽃 계통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4포기밖에 없지만, 함안군은 앞으로 개체수를 크게 늘릴 예정이다.

연꽃과 대추야자

식물의 씨는 단단한 껍데기로 둘러싸여 있다. 또 대개 싹이 흙을 뚫고 올라가 햇빛을 받아서 양분을 만들기 전까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양분을 안에 저장하고 있다. 따라서 씨는 안 좋은 환경에서 비교적 오래 살아갈 수 있다. 그 동안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있으니, 살아간다는 말이 좀 어폐가 있긴 하겠지만.

실제로 씨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견딜 수 있는지는 잘 모른다. 2차 세계대전 때 런던 자연사박물관에 나치 폭탄이 떨어져서 불이 났다. 불을 끄기 위해 물을 쏟아 부었는데, 이 물로 500년 된 씨들이 싹이 텄다고 한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거나, 아라홍련처럼 뜻밖의 발견이 이루어져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씨는 싹이 트기는 해도 금방 죽곤 한다. 오랜 기간 있으면서 어떻게든 손상을 입고 저장된 양분도 사라지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니 실제로 싹이 터서 잘 자라 번식까지 하는 사례를 찾기는 힘들다.

이렇게 오래된 씨앗을 찾아내어 싹을 틔운 사례가 또 있을까? 몇몇 사례가 있다. 1995년 중국에서는 1천200년 된 연꽃 씨앗을 싹틔우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노화 방지 효소와 단단한 껍데기, 마른 호수에 묻혀 있던 덕분에 오래 살아남은 것이라고 추론했다.

그보다 더 오래된 씨도 있다. 2005년 이스라엘의 한 연구진은 무려 2천년 된 대추야자의 씨앗을 싹틔우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씨앗은 서기 73년 로마군에 붙잡히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집단 자살한 유대인 무리의 성채가 있던 사막 지역인 마사다를 발굴할 때 발견되었다. 이 씨는 원래 1963년에 발견된 것인데, 약 40년 동안 발견자의 연구실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가 싹틀 기회를 얻었다.

2천 년을 기다린 끝에 싹튼 이 대추야자는 성서에 나온 969년을 살았다는 사람의 이름을 따서 므두셀라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성서에는 대추야자(우리 성경에는 종려나무로 번역되어 있다)가 그늘과 음식을 제공하고 약재로도 쓰인다고 적혀 있다. 사막 지역에서 이렇게 다양한 쓰임새가 있어서 생명의 나무라고도 했다. 하지만 옛 유대 지역에 자라던 대추야자는 중세 십자군 전쟁 때 드넓은 숲이 파괴되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오늘날 이스라엘에 자라는 대추야자는 1950년대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수입한 것으로서, 원산지는 이라크라고 한다.

옛 씨앗은 우리에게 어떤 혜택을 줄까

아라홍련은 오늘날의 연꽃과 꽃의 좀 생김새가 다르며, 관계자는 연꽃의 계통 연구에 유용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고대 대추야자를 부활시킨 이스라엘 연구진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들은 대추야자가 감염을 치료하는 등 약재로 쓰였다는 성서 기록에 착안하여, 이 옛 식물이 현대 품종에 없는 유용한 약용 성분을 지니고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물론 달콤한 대추야자 열매도 맛보기를 기대하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추야자 열매를 맛보려면 오래 기다려야 할 듯하다. 아라홍련은 1년 만에 꽃을 피웠고 포기나누기로 개체수도 금방 늘릴 수 있지만, 대추야자는 자라서 열매를 맺기까지 30년이 걸린다니까. 그리고 암나무가 아니라 수나무이면 열매도 안 열릴 테고.
옛 씨앗은 이렇게 계통 연구와 의약용으로 쓰일 수 있다. 그리고 지금처럼 인간의 행동으로 말미암아 생물 다양성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는 다른 쓰임새도 있을 듯하다.

바로 새로운 유전자를 제공하는 자원으로 말이다. 즉 어쩌면 이런 옛 씨앗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해줄지도 모른다. 오늘날의 작물은 대부분 현대 농업 혁명과 종자 개량의 산물이다. 이런 작물들은 수확량이 좋고 병충해에 강한 등 인류에게 유익한 특성들을 지닌다. 하지만 누구나 그런 작물만 심다보니, 전 세계의 작물이 유전적으로 균일해지는 현상이 빚어졌다. 그것은 전 세계의 작물이 병충해로 한꺼번에 몰살당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바나나가 대표적인 사례다. 바나나는 달콤한 과육을 늘리고 씨를 없앤 품종이다. 따라서 스스로 번식할 수 없다. 바나나는 인간이 곁순을 떼어 심어서 번식시킨다. 그렇기에 유성 생식을 통한 유전자 뒤섞임도 없다. 오랜 세월 그렇게 살다보니 바나나는 질병에 대단히 취약하다. 이미 많은 종이 농약도 듣지 않는 곰팡이병에 걸려 있다.

자칫하다가는 더 이상 바나나를 볼 수 없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성은 드물지만 어딘가에 고대 바나나의 씨앗이 묻혀 있다면? 그러면 병충해에 견딜 새로운 유전자를 얻을 수도 있다. 고대 씨앗은 아니지만, 오지에서 야생 밀을 발견하여 현생 밀과 잡종 교배시켜서 새로운 유용한 품종을 개발한 사례가 있다.

그래서 많은 나라는 종자 은행을 만들어서 각종 씨앗을 보관해둔다. 현재는 아무 쓸모도 없는 잡초의 씨앗에 불과할지라도, 언젠가는 잡종 교배나 유전자 조합을 통해 유용한 작물을 개량하는 데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먼 후손에게는 무너진 종자 은행 건물에 든 씨앗이 고대의 씨앗이 될지도 모른다. 옛 씨앗도 그렇지 않을까. 어쩌면 사라져 가는 종 다양성을 만회하기 위해서 아마존이나 동남아 오지를 탐사하는 것 못지 않게, 고대 유적지도 파헤치고 다녀야 하지 않을까.

부활과 장수

이 외에도 옛 씨앗을 싹틔웠다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진짜 옛 씨앗인지 검증이 안 되었다.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이 안 된 상태이지만, 터키의 한 연구진은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4천 년 된 렌즈콩의 싹을 틔웠다고 한다. 무려 청동기 시대의 것이다!

진짜 그렇게 오래된 것임이 입증되면 최고 기록을 갱신하는 셈이다. 남극 대륙의 빙하 속에서 150만 년 된 미생물도 발견했으니, 4천 년보다 더 오래된 씨앗도 발견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않을까? 잘 냉동 보관된 씨를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연꽃과 대추야자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연꽃은 불교에서 극락세계를 상징하며, 부처가 앉는 자리이기도 하다. 또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 연꽃 속에 들어가서 다시 세상으로 나오듯이, 연꽃은 환생과 윤회를 뜻하기도 한다.

한편 대추야자의 학명은 포이닉스 다크틸리페라(Phoenix Dactylifera)이다. 즉 죽을 때 불 속에서 다시 부활한다는 불사조(Phoenix bird)와 같은 이름이 붙어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불멸의 상징으로서 파라오의 무덤에 대추야자 씨앗을 넣어두었다고 한다. 그러니 신화 속에서 비슷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두 씨앗이 그에 걸맞게 부활한 셈이다.

이한음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0.07.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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