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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디지털 군중의 정체를 밝힌다” - 이강봉 & 엘지경제연구원
작성일 2010년 07월 14일, 관리자 조회수 2,407회
2010년 07월 14일(수)

19세기 말 프랑스의 심리학자 구스타프 르봉(Le Bon, Gustave)은 현대인의 생활이 개인이 아닌 집합(군중)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고 믿었다.
그는 1895년 저서 ‘군중심리학(La psychologie des foules)’을 통해 현대인의 개인적 성격이 군중 속에서 묻혀 버리고, 집합적인 군중심리가 사회를 지배해나갈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로부터 100여 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형태의 군중들이 등장하고 있다.

정보기기와 실시간 통신을 이용해 엄청난 양의 지식을 생산해 내고 있으며, 여론을 만들어내고 있는 이들의 이름은 ‘디지털 군중’이다. 13일 LG경제연구원은 ‘디지털 군중의 감성코드’란 제하의 보고서를 통해 이 디지털 군중의 정체를 분석했다.

매 같은 눈으로 ‘음모론적’ 사고에 심취

디지털 군중의 첫 번째 특징은 ‘음모론적 사고’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케네디의 암살 사건 등이 상당수 조작됐다고 믿어버리는 사고방식을 말한다. 디지털 군중은 이 음모론과 함께 성장하는데, 디지털 환경을 만나 ‘협력추리’란 놀이에 빠지게 된다.

예를 들어 연인 관계를 부정하거나 학력위조를 숨기는 연예인들은 이들의 협력추리(수사망)에 의해 포착된다. 일부 군중들은 부인할 수 없는 단서를 찾아내는데 열을 올리고, 또 다른 군중들은 증거를 찾아내고야마는 ‘매같은 눈’에 감탄하면서 증거물들을 공유한다. 함께 찾아낸 증거들을 결합해 시나리오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디지털 군중이 즐기는 또 하나의 유희는 ‘집단 창작’이다. 대표적인 예로 2008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빠삐놈’을 들 수 있다. ‘빠삐놈’은 ‘빠삐코’와 ‘놈놈놈’을 결합한 말이다. ‘빠삐놈’ 선풍은 영화 ‘놈놈놈’의 배경음악과 ‘빠삐코’라는 빙과 CM송이 비슷하다고 생각한 네티즌 한 명이 두 노래를 리믹스한 후 음악클립을 인 터넷에 올려 놓으면서 시작됐다.
그러자 불과 2시간도 안 돼 새로운 요소가 추가된 패러디가 등장했다. 네티즌들은 당시 유행하는 노래와 CM송을 결합해 다양한 버전의 ‘빠삐놈’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새로운 놀이인 ‘집단창작’이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빠삐놈 열풍은 게 임 음악 프로듀서이기도 한 박진배씨가 대표적인 합성물을 모두 결합한 완결판을 제작하면서 정점에 달했다. 이 B급 창작품(?)에 디지털 군중은 열광했다. 출시된 지 20년이 지난 ‘빠삐코’의 판매량은 그 해 40%나 증가했고, 과거 CF가 재방되기 시작했다. 이 광고음악을 만든 작곡가는 2008년을 빛낸 엔터테이너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악플과 같은 좋지 않은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특정 대상을 향한 디지털 군중의 무책임한 공격을 말한다. 그러나 이 현상에도 한 가지 흥미로운 감성코드가 숨어 있다. 디지털 군중 가운데 많은 수가 악플을 통해 감정을 배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감정 배설이 놀이화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인 터넷 까페인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한다. 사건과 연관된 이름을 가진 갤러리(커뮤니티)에 무의미한 글을 자꾸 올려서 서버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이런 행위를 ‘갤러리를 턴다’라고 표현한다.

지진이 났을 때 탤런트 지진희 갤러리를 털거나,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의 이과인 선수가 골을 넣자, 이과인(이과생)이 활동하는 수학 갤러리를 터는 식이다. 디시인사이드의 회원들은 이러한 활동을 ‘짓궂지만 악의 없는 장난’으로 받아들인다. 이 장난은 회원들이 공유하는 유머 코드다. 동시에 동질감을 확인하는 의식(Ritual)이기도 하다.

디지털 군중에게는 영웅대신 아이콘이 있다

인간애, 정의, 애국심, 가족애와 같은 우리의 근본적이고 보편적인 정서에 대단히 민감한 군중들도 있다. 최근 한글 트위터에서는 “잃어버린 카메라 속의 메모리카드를 돌려준다면 사례로 카메라를 주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큰 선풍을 일으켰다.

메모리카드 속에 첫 아이의 출생 사진과 동영상이 저장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군중들의 가슴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디지털 군중은 타인의 아픈 사정을 널리 알리고, 돕는 선한 이웃이 되려 한다.

군중에게 영웅이 있다면, 디지털 군중에게는 아이콘이 있다. 아이콘은 영웅과는 다르다. 완벽한 인격체가 아니라, 군중에 속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이 투사돼 있는 불완전한 인격체이기 때문이다. 군중은 영웅을 리더로 추종하지만, 디지털 군중에게 아이콘은 농담의 소재인 동시에 호감의 대상이다.

트위터의 아이콘은 역시 스티브 잡스다. 애플과 관련된 기사는 언제나 트위터 게시물 중 상위에 링크된다. 그러나 트위터의 군중이 스티브 잡스를 막연히 숭배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스티브 잡스가 독선적이고, 음흉하며, 사기꾼 같은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어메이징’ ‘언빌리버블’ ‘엑설런트’ ‘그레이트’를 반복하는 스티브 잡스의 과장된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편집한 동영상이 큰 인기를 얻었던 것이 단적인 예이다. 흥미로운 것은 자신만만하면서도 고집 센, 잘난척쟁이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 트위터 유저들의 일면과 묘하게 닮아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군중은 그들 스스로 왜소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군중성에 대해서는 존중받고 싶어 한다. 유명 아이돌 그룹인 ‘2PM’이 멤버 한명을 제명하는 문제로 논란이 불거지자 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화근이 됐다. 간담회에 참석한 팬들 중 일부가 안티 팬으로 돌변한 것이다.
‘나를 좋아한다면 내 생각에 따르라’는 ‘2PM’ 태도에 이들은 반발했으며, 간담회 녹음 파일을 인 터넷에 올렸다. 이 파일은 급속히 유포됐고 비난의 목소리도 커졌다. 스타입장에서 팬은 스타를 좋아하는 개인이겠지만, 이 팬들은 스타와 대등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자의식이 강하다.

현실과 가상공간을 혼돈하면 반칙행위

디지털 공간은 감정이 배설되는 공간이기에, 여기서 보여 지는 모습과 현실의 모습은 다른 경우가 많다. 젊은 배우의 팬 사이트에서 야한 농담을 주고받는 과격한 누나 팬의 실제 모습은 다소곳하고 조신한 주부들인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디지털 공간에서 생긴 트러블을 현실 공간에 가져오는 것은 일종의 반칙행위다.

디지털 공간은 시끄럽고 혼란스럽다. 때로는 진저리가 날만큼 원색적이기도 하고, 익숙한 논쟁과 싸움이 반복된다. 하지만 디지털 광장의 불문율 중 하나는 ‘못 보겠으면 눈을 감으라’는 것이다. 혼란 속에서도 디지털 군중은 인위적 질서를 거부한다.
악플러로 골머리를 앓던 디시인사이드의 해결책은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둠으로써 선의의 디지털 군중과 분리하는 것이었다. (이 공간의 이름은 막장 갤러리다.) 트위터나 아고라에서 악의적인 게시물이나 댓글에 대한 대책은 무반응이다. 과격한 언행으로 주목 받고자하는 악플러의 습성을 역이용하는 것이다.

디지털 군중의 속성을 가장 잘 이해한 기업인으로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을 들 수 있다. 지난 6월 손 사장은 소프트뱅크의 30년 비전을 발표했는데, 비전을 발표하기 전 트위터 군중의 의견을 구했다. 집단 창작 활동에 초대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소프트뱅크의 30년 비전은 결국 ‘사람의 행복’이었다. 보편적이며 선한 가치를 표방한 것이다. 그리고 발표 말미에 손정의 사장은 돌아가신 할머니와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보였다. 손사장이 “모든 인간이 함께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하고 있는 동영상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함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손민선 연구원은 “디지털 군중이 찾고 싶어하는 것은 진실 자체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사건의 진실, 사람의 진심, 인간의 진정, 그리고 인생의 진리를 찾기 위해 만능에 가까운 정보력과 지성, 조직력을 동원한다는 것이다.

손 연구원은 또한 “디지털 군중이 참된 것을 알아보는 힘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하며 “디지털 군중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누구나 진실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아니라 행복을 찾고자 하는 인간으로서 그들을 바라보고, 진짜 가치를 주고, 진심으로 소통해야 군중은 이를 알아볼 것이라는 것이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7.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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