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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음식에는 자만하지 말것 - 이한음
작성일 2010년 07월 07일, 관리자 조회수 2,319회
[사이언스 타임스]

얼마 전 우유를 먹는 데 맛이 좀 이상했다. 평소에 여러 가지 물맛도 구별할 수 있다고 자부하던 터라, 상한 우유를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아이들과 더운 바깥에서 신나게 놀다가 막 들어온 터라, 혀의 맛봉오리가 미처 제 기능을 못했나 보다. 반 컵을 마시고 나서야 우유가 상했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목이 말랐던 어린 딸아이는 이미 한 컵을 다 마신 뒤였다.
남은 우유를 버리고 냉장고에 든 우윳병 날짜를 확인하니, 아뿔싸! 유통기한이 무려 일주일이나 지나 있었다. 나는 별 탈이 없기를 바랐지만, 세상이 그렇게 원하는 대로 돌아갈 리가 만무했다. 두세 시간 뒤부터 딸아이는 화장실을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거의 이틀을 그렇게 보내야 했다.

그나마 후유증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그런데 6월 말 여러 신문에 실린 기사를 보고서 깜짝 놀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내놓은 주의보였다. 곰팡이류의 독소는 가열해도 제거되지 않으니, 장마철에 식품에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잘 보관하고, 곰팡이가 핀 식품은 먹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그 중에 내 가슴이 철렁할 사항도 들어 있었다.

기사 내용을 자세히 보자. 장마철의 온도와 습도는 곰팡이가 번식하기에 딱 알맞은 환경이다. 곡류와 견과류에는 누룩곰팡이 같은 곰팡이가 피기 쉬운데, 이런 곰팡이는 아플라톡신 같은 독소를 만든다. 아플라톡신은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아플라톡신은 국제 암 연구소가 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분류한 물질이다. 식약청의 자료에 따르면, 아플라톡신은 13종류가 알려져 있으며, 흙 속에 사는 곰팡이가 농작물이 수확될 때 따라와서 농작물을 저장 보관하는 동안 번식하여 이 독소를 만든다고 한다. 문제는 아플라톡신을 만드는 곰팡이가 우유에서도 번식한다는 사실! 혹시 내가 먹은 상한 우유에도 아플라톡신이 들어 있었다면? 나와 딸아이는 발암물질을 그냥 들이킨 셈이 아닌가 말이다.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는 독소들

좀 상했거나 오염되었거나 위생 상태가 불량한 음식을 먹은 뒤 걱정할라 치면, 우리 주위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꼭 있다. “괜찮아. 끓였으니까 먹어도 아무 이상 없어” 이 말은 가열을 했으니 세균, 곰팡이, 미생물 같은 병원체가 다 죽었을 것이라는 뜻이다. 병원체가 없으니 먹어도 탈이 나지 않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아플라톡신 이야기가 말해주듯이, 끓이거나 삶아도 파괴되지 않는 독소들이 있다. 푸모니신, 오크라톡신, 제랄레논 같은 곰팡이 독소가 그렇다. 이런 독소는 곡류와 견과류, 우유뿐 아니라, 커피, 건포도, 고춧가루, 포도주스, 포도주, 메주 등에도 들어 있을 수 있다.

마비성 패류 독소도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마비성 패류 독소란 홍합, 굴 등 패류의 먹이인 플랑크톤이 만드는 삭시토신 등의 성분으로 이루어지는데, 패류가 플랑크톤을 먹음에 따라 패류의 몸에 쌓인다. 이 독소는 보통 3월부터 남해안의 패류에서 검출되기 시작하며, 4월 중순부터 5월 초 사이에 가장 독성이 강해졌다가 5월 말쯤이면 사라진다. 마비성 패류 독소가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해역에서는 패류 채취를 금한다. 하지만 끓이면 괜찮겠지 하고 먹고서 사망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복어독도 가열해 없어지지 않는다. 얼마 전 한 탤런트가 복요리를 먹고 중태에 빠졌다가 회복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복어독은 아주 위험하다. 복어독의 성분은 테트로도톡신인데, 복어 자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닷물에 사는 세균이 만드는 물질이 복어의 몸에 쌓이는 것이다. 테트로도톡신은 먹어서 중독되기도 하지만, 호흡하거나 피부의 상처를 통해서도 중독될 수 있다.

그리고 물론 수은, 카드뮴 같은 중금속도 가열한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또 가열하면 오히려 생기는 독소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기를 구울 때 생기는 발암물질인 헤테로고리아민류이다.

예방이 최선

가열해도 없어지지 않는 독소를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예방이다. 식약청은 곰팡이 오염을 막기 위해서는 식품을 습도 60%이하, 온도 10~15℃ 이하에서 보관하라고 권한다. 땅콩이나 옥수수는 껍질째로 보관하는 편이 더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패류는 독소 발생시기에 해당 수역에서 채취한 것을 먹지 말고 복어는 전문 자격증이 있는 요리사가 요리한 것만 먹는 것이 좋다.

어떤 식품이든 우리 입에 들어오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친다. 게다가 각 식품마다 거치는 단계도 다르다. 밭에서 나는 채소와 식품 공장에서 가공되는 햄은 다른 경로를 통해 우리 손에 들어온다. 생산, 유통, 판매, 보관 각 단계에서 식품은 오염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사실 수많은 식품들이 우리 입에 들어올 때까지 그 여러 단계를 큰 문제없이 성공적으로 통과한다는 점이 놀라운 일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그만큼 안전한 식품을 위해 예방 조치를 취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몸의 반응

하지만 그런 안전망을 뚫고 독소가 우리 몸에 들어올 수도 있다. 독소가 강력하거나 섭취한 양이 많다면, 중태에 빠지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섭취한 양이 적다면 몸은 적절히 대처한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반응은 구토와 설사이다.

딸아이는 상한 우유를 마신 뒤 화장실을 계속 들락거렸다. 피곤한 일이지만, 그것은 몸의 소화기관이 제대로 기능한다는 의미이다. 안 좋은 것이 뱃속에 들어왔을 때, 빨리 밖으로 배출하는 편이 몸 전체에는 유익하다. 우리가 안 좋은 것을 먹었을 때 토하거나 설사를 하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다. 반면에 나는 상한 우유를 마시고도 별 탈이 없었다. 화장실을 들락거리지 않아서 당장은 편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 좋을 수도 있다. 그것은 상한 우유에 섞여 있었을 독소를 내 몸이 고스란히 흡수했다는 의미이며, 그 안에 아플라톡신 같은 발암물질이 섞였을 수도 있으니까.

독소가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몸무게, 성별, 나이, 유전자 조성, 건강 상태, 내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초콜릿은 사람에게는 활력을 불어넣는 기호 식품이지만, 잘 알려져 있듯이 개나 고양이 같은 동물에게는 독이다.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 열매에는 테오브로민이라는 성분이 있다. 이 성분은 우리 뇌를 기분 좋게 자극하는 역할을 하지만, 개나 고양이에게는 구토와 설사, 심하면 근육 경련이나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사람에 비해 개와 고양이는 몸집이 작고, 우리와 생리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얼마 전 독초인 초오로 담근 술을 마신 사람이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정작 그 술을 담가서 즐겨 마신 사람은 멀쩡했다. 오랫동안 조금씩 마셨기 때문에 초오의 독에 몸이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이 관여하기 때문에 독소가 특정한 개인에게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를 예상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가령 일부 연구자들은 이런 독소가 자라나는 태아나 유아의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오히려 왕성하게 발달하는 시기의 뇌가 더 융통성이 있어 큰 손상을 입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그러니 자신이 어떤 독소에 강하다고 자신하는 것은 만용이 아닐까. 게다가 온난화 같은 환경 변화로 우리가 접하지 못하던 새로운 독소가 들어올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 예로 복어 같은 해산물이 지닌 독은 대개 먹이인 플랑크톤이 만든다. 온난화로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 아열대에 서식하는 유독성 플랑크톤이 우리나라로 퍼질 가능성이 있다. 또 유전자 변형 작물, 잡종 교배를 통해 얻은 새 품종, 먼 나라의 특산물 등을 통해 우리 몸에 익숙하지 않은 독소가 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아직 어떤 물질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무심코 연탄불에 구운 돼지갈비의 탄 부위에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연구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성분이 발견될 것이다. 그러니 음식을 대할 때는 조심하는 편이 가장 낫다.

이한음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0.07.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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