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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건강에 좋은 식품은 다다익선일까?
작성일 2010년 08월 20일, 관리자 조회수 1,763회
여러 음식 골고루 먹는 것이 최고의 보양방법-이한음 과학칼럼니스트
2010년 08월 20일(금)

100% 블루베리 농축액이 가짜라고 한다. 항산화물질이 풍부해 노화 방지에 좋다는 블루베리. 그런데 일부 유통업자들이 블루베리 농축액 약간에 포도즙과 물엿 등을 섞어서 100% 블루베리 농축액이라고 팔았다가 적발됐다. 기사에 따르면, 블루베리 농축액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며, 포도액보다 6배 더 비싸다고 한다. 그러니 색깔이 비슷하며 값이 싼 포도즙을 섞는 유혹에 빠진 모양이다.

블루베리는 우리나라에서도 재배된다. 전에 꽃 전시회에 갔다가 불루베리 묘목을 판매하는 것을 봤다. 사서 커다란 화분에 심어볼까 해서 물었더니, 블루베리는 토양이 산성이어야 하며, 생육 조건이 까다롭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말을 늘어놓기에 묘목 판매가 아니라 자신의 블루베리 농장 선전이 목적임을 직감하고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아무튼 요즘은 마트에서도 국산 블루베리를 판매할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도 꽤 재배되고 있다.

수분이 많고 부드러운 열매, 베리, 블루베리의 주요 성분은 항산화물질이다.
영어에는 베리라는 말이 붙는 식물이 여럿 있다. 블랙베리, 래스베리, 베인베리, 스트로베리, 빌베리, 버베리, 구즈베리 등등. 식물학 용어로 베리(berry)는 장과라는 뜻이다. 장과는 수분이 많고 부드러운 열매로서, 물열매라고도 한다. 씨방 하나가 커져서 물이 많은 과육이 되고 그 속에 씨가 든 열매를 가리킨다.

장과는 몇 종류가 있는데, 토마토, 포도, 오렌지, 귤, 수박이 장과에 속한다. 블루베리도 장과의 일종이다. 바나나도 식물학적으로 보면 장과이다. 품종 개발을 통해 씨가 없어지긴 했지만, 원래 과육 안에 씨가 묻혀 있는 형태다.

하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장과가 아닌데, 베리라고 부르는 열매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스트로베리, 즉 딸기다. 딸기는 씨방이 부풀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꽃받침이 부풀어서 우리가 먹는 부분이 되고, 씨는 그 겉에 달라붙어 있다.

식물학적으로는 이렇게 베리라는 용어를 명확히 구분하여 쓰지만, 사실 일상 영어에서 베리라는 단어는 그냥 작고 물컹거리는 열매에 두루 붙인다. 과학 전문 용어 중에는 이렇게 일상 용어를 빌려다가 특정한 의미로 새로 정의해서 쓰는 것이 많다. 그래서 때로 대화하는 상대방이 서로 다른 의미로 그 용어를 받아들이는 바람에 혼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항산화물질이 몸에 좋은 이유
위키피디아를 비롯한 각종 자료에 실린 블루베리의 효능을 보면 놀랍기 그지없다. 암을 억제하고 알츠하이머병 같은 노화 관련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감염을 막고, 염증도 줄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당을 낮추고, 혈압도 낮추며, 기억력을 증진시킨다고 한다. 거의 만능 식품인 셈이다.
블루베리의 주요 성분으로 흔히 드는 것이 항산화물질이다. 항산화물질은 말 그대로 산화를 억제하는 물질을 말한다. 산화는 환원과 더불어 인체에서 일어나는 온갖 생화학 반응에 관여하며, 어느 한쪽이 없으면 당연히 신체 대사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런데 왜 항산화물질이 몸에 좋다는 것일까?
그것은 산화 반응 때 일시적으로 생기는 라디칼이 세포 구성 성분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라디칼은 다른 물질을 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지나치게 많은 라디칼이 생기면 무차별적으로 세포 성분과 반응하여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항산화물질은 그런 라디칼과 반응하여 세포 손상을 막는다.

우리가 흔히 먹는 비타민C나 식품에 흔히 쓰이는 비타민E도 항산화물질이다. 또 식물에 많이 들어 있는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도 항산화물질 역할을 한다. 블루베리, 시금치, 토마토 같은 식품에는 이런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구체적으로 항산화물질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심혈관계의 손상을 억제하고, 혈액 순환도 개선한다고 한다. 그러니 많이 섭취하면 좋지 않겠는가?

몸에 좋은 식품, 많이 먹어라?

몸에 좋다는 식품은 아주 많다. 날마다 언론 매체에는 건강에 좋다는 식품을 알리는 기사가 실린다. 그런 식품들만 잔뜩 사다가 먹으면 아주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것 같다. 몸에 좋다니 많이 먹으면 좋지 않겠는가?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은 몸에 좋으니 많이 드시라고 권하는 식품의 종류도 유행을 탄다는 사실이다. 어느 식품이 정말 몸에 그렇게 좋다면, 천 년 만 년이 지나도 그것이 섭취 1순위가 되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어느 때는 시금치 열풍이 불다가, 좀 지나면 시금치 대신 토마토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러면 토마토와 토마토 주스뿐 아니라 토마토가 들어가는 파스타 같은 음식들까지 덩달아 웰빙 식품으로 등극한다. 물론 토마토 케첩도 잘 팔리고. 그러다가 한 철이 지나면 두부, 김치, 오미자, 산수유 등 다른 식품과 순위가 바뀐다.
초콜릿, 차, 커피도 항산화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가끔 순위 상승을 도모하다가 당분이 많다거나 잠을 설치게 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저지당하곤 한다. 그랬는데 이제 블루베리도 1순위에 도전할 때가 온 듯하다.

안타까운 점은 커피와 초콜릿의 사례에서 보듯이, 모든 식품은 장점뿐 아니라 단점도 지닌다는 것이다. 어떤 식품이든 간에 우리 몸에 좋은 성분뿐 아니라 우리 몸에 안 좋은 성분도 지니기 마련이다. 몸에 좋은 성분이 많다고 마구 먹다가는 안 좋은 성분까지도 많이 섭취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몸에 좋은 성분이라고 반드시 다다익선은 아니다. 특히 우리가 항산화물질이라고 떠받드는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같은 식물의 성분 중에는 본래 식물이 곤충, 바이러스, 세균, 안 좋은 환경에 맞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이차산물이 많다. 즉 그것들은 원래 다른 생물에게 해를 입히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는 몸집이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덕분에 그런 성분이라도 몸에 적은 양이 들어오면 약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독성학은 말한다. 약과 독은 같은 것이며, 그저 양이 다를 뿐이라고. 즉 적게 쓰면 약이지만 많이 쓰면 독이 된다.
여러 음식을 적당히 골고루 먹는 것이 최고의 보양식이다.

그렇다면 나쁜 성분은 아예 빼고 좋은 성분만 추출하여 농축하여 매일 적당량만 섭취하면 되지 않을까? 지나치지 않도록 말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건강기능식품이다.
좋은 성분만을 추출했다는 건강기능식품은 최근 들어 대인기를 끌고 있다. 거기에다가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물에서 추출한 것이라면 더 좋다고 받아들여진다.

물론 전공자들은 원료가 유기농이냐의 여부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만족감을 줄 뿐이며, 얼마나 불순물을 걸러냈는가 하는 순도가 중요하다고 말하겠지만. 어떤 성분만을 고순도로 정제한다면, 유기농으로 재배하든 농약을 잔뜩 쳐서 재배하든, 석유를 거르고 분해하여 합성하든, 유전공학적으로 변형시킨 대장균을 통해 생산하든, 그것도 저것도 아니라 그냥 실험실에서 생화학 공정으로 합성한 것이든 별 차이가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혈액형으로 사람들의 성격, 인격, 전공, 학습 습관, 연애 성향 등 온갖 것을 알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듯이, 난해하고 딱딱한 과학 지식보다는 쉬운 통속 심리학이 더 인기 있는 시대에는 그런 말은 그리 먹힐 것 같지 않다. 게다가 100% 블루베리도 가짜인데, 100% 정제했다는 말도 믿지 못할 사람이 많을 테니까.

어쨌거나 건강기능식품도 똑같이 유행을 탄다. 얼마 전에는 글루코사민이 한바탕 인기몰이를 했다. 글루코사민은 몸에서 콜라겐을 생성하는 데 쓰이는 중간 물질이다. 알다시피 콜라겐은 상처를 치료하고 피부를 탱탱하게 하고, 관절을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니 글루코사민을 먹으면 좋지 않겠는가? 하지만 글루코사민이 실질적으로 관절염에 큰 효능이 없다는 연구 결과는 이미 2006년에 나온 바 있다.

어떤 건강기능식품이 정말로 어떤 병에 약효가 있다면, 병원에서 실제 환자에게 투여하고 있을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런 약효가 검증된 사례는 거의 없다. 그러니 건강기능식품과 약을 혼동하지 말기를. 건강기능식품은 말 그대로 건강을 돕는 식품이지, 약이 아니다.

우리 몸에 부족한 성분을 보완해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약으로 삼고 정작 필요한 치료를 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국가도 건강기능식품 광고에 병을 치료한다거나 예방한다는 말을 못 쓰게 하고 있다. 하지만 식물학자와 일반인 사이에 베리라는 말이 서로 다른 의미로 쓰이듯이, 효능과 약효라는 말도 전문가와 일반인 사이에 좀 다른 의미로 쓰이곤 한다.

몸에 좋다고 어느 하나를 갑자기 가장 즐겨 먹는 식품으로 등록하는 것은 잘못된 태도이다. 전문가들은 말한다. 여러 음식을 적당히 골고루 먹는 것이 최고의 보양식이라고. 항산화물질 같은 좋은 성분이 많이 든 과일도 좋고, 건강기능식품도 좋다. 하지만 좋다고 무언가를 지나치게 많이 먹다가는 다른 영양소가 부족해질 수 있다. 고루 먹으면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가장 흔히 듣는 뻔한 이 말이 무더위로 몸이 축나는 여름에 건강을 지키는 최상의 원칙이 아닐까.

이한음 과학칼럼니스트 /저작권자 2010.08.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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